체코 원전 수주 한수원 과도한 양보 논란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프로젝트당 약 8억 달러 규모의 일감을 보장하면서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하에 과도한 양보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단기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불리한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수원 측은 전체 계약 구조로 보면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번 수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수주성과: ‘세계 원전시장 진출’이라는 성과의 그림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추진하고 있는 체코 신규 원전 프로젝트는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이라는 상징성과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번 수주 과정에서 부각된 '과도한 양보' 논란은 그 성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체코 정부가 발주한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은 장기적으로 수십년 간 운영될 프로젝트로, 한국 원전기술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증명할 좋은 기회로 여겨지며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이번에 한수원이 체결한 계약은 2024년 1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와 공동으로 체코 원전 4개 사업에 대해 총 32억 달러(프로젝트당 8억 달러) 수준의 일감 보장을 약속하는 조건 하에 이루어졌다. 이 계약은 프랑스 EDF, 미국-체코 합작팀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굳히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기업의 기술 사용에 대한 국제소송에 얽힌 상황에서도 한수원이 백기 투항식 협상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2022년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상대로 기술 무단 사용을 문제 삼아 제기한 소송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당시 웨스팅하우스는 자체 원전 설계 기술이 APR1400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번 체코 수주 역시 그러한 법적 다툼과 협상의 연장선에서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주의 '단기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의도치 않게 장기간의 불리한 파트너십을 맺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양보: 수주를 위한 전략적 선택인가, 경솔한 타협인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계약에서 문제가 된 핵심은 바로 '양보'의 수준이다. 일부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계약이 체코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필요악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과연 그렇게까지 양보할 사안이었는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중 일부는 비공개지만, 공개된 바로는 한수원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수익률 조건으로 계약에 응했으며, 기술 이전 또는 설비 공급에 있어서도 웨스팅하우스에 일부 우선권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원전 산업의 자주적인 기술 경쟁력 제고와는 충돌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이번 계약 체결 배경에는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상대로 진행한 소송을 해결하기 위한 타협적 요소도 포함되었다는 점이 더욱 우려를 키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수주에서 손들고 나가기 위한 절묘한 타협이었겠지만, 장기적 파트너십에서 한수원이 지속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도 한수원 측은 "전체적인 계약 구조를 보면 결코 불리하지 않으며,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업은 국제 수주 경쟁력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향후 중동, 동남아시아 등 신규 원전 시장 진출에 있어 미국 원전 기업과의 전략적 연합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계약 조건의 투명한 공개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논란: 과도한 양보를 둘러싼 국내외 반응
이번 체코 원전 수주 건은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외신은 한국이 체코에서 수주를 따낸 배경에 대해 주목하며, 동시에 ‘당초 기술 분쟁에 놓여있던 기업들과의 갑작스런 협업’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국내 여론 역시 결코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수주였는가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감사원 또는 국정감사 차원에서 본 건이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건설 및 원전 관련 산업계 내부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국내 기업이 미국, 유럽계 업체와 협업을 통해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것은 유의미한 진전”이라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장기적으로 한국 원전 기술의 독립성이 약화되는 계약 구조”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제적으로는 체코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 속에서 한국 원전 모델의 신뢰성 확보에 이번 수주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체코 정부는 한국이 제시한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 능력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 평판은 계약 이행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성과와 투명한 조율을 통해 계속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도한 양보"라는 논란은 단순한 외부 평가를 넘어서, 우리나라 원전 산업의 전략적 방향성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향후 추가 수주 과정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계약 구조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신중하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론
이번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 건은 프로젝트당 8억 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양보가 이루어졌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계약의 실익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과거 기술 분쟁 이후 이어진 이번 협력이 ‘단기 성과’에 집착한 결과만은 아니기를 바라는 시선도 존재한다.따라서 앞으로는 수주 경쟁에서의 승리를 넘어, 장기적으로 국가 에너지 산업과 기술주권까지 지속 가능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계약조건과 협상전략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또한 관련 계약 사항의 투명한 공개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단계로는 본 계약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성과와 위험요인의 실시간 평가, 그리고 후속 수주사업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